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일상/대학생활

멋쟁이는 포기한다. 인간부터 되자.

by devohda 2021. 10. 10.

22학점 중에 살아남은 건 16학점. 나머지 6학점은 갖다 버렸다.

물론 db랑 알고리즘은 다 아는 내용이라 귀찮은 과제 할 바엔 안 듣는 게 낫겠다 싶어서 한 결정이였다.

이미 100학점 이상 채웠고, 굳이 더 듣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서

누군가는 결정하기 너무 수월한 선택이었겠지만 나는 이 결정을 하기까지 고민을 2주는 한 것 같다.

 

이 과목이 나에게 정말 필요가 없을까

이 과목을 듣지 않음으로써 나에게 손해가 생기진 않을까

내가 22학점을 못 듣는 게 내가 게을러서는 아닐까

과목을 안 듣는다고 과연 내가 다른 공부를 할까

 

결론적으론 잘 한 선택이었다.

release 날짜가 얼마 안 남아서 개발하기도 바빠 죽겠는데 과제가 22학점 어치였다면 나는 이미 gg 치고 달아나지 않았을까

아니면 밤 새 공부하다가 우울증에 빠져버렸을 지도 모른다.

실은 지금도 너무 힘들다.

개발자라는 직업이 너무 하고 싶고 너무 재밌지만, 한 문제로 인해 스케줄이 밀리고 진행이 안 될 때가 제일 힘들다.

금방 될 줄 알았던 작업이 일주일이 넘어가고 밀린 강의와 과제가 같이 덮쳐오면서 멘탈이 흔들린다.

올 해 초에도 든 생각이였지만, 지금도 드는 생각은 "내가 일을 하는 건가, 일이 나를 하는 건가" 다.

성취에 대한 욕심과 과도한 불안, 버릴 수 없는 책임감.

이 세 개는 내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해주는 원동력이자 나를 갉아먹는 괴물들이다.

지금까진 그래도 갉아 먹을 살들이 있어서 어찌저찌 버텼는데 이젠 진짜 한계가 온 것 같다.

 

이젠 괴물들이 살이 아니라 뼈를 파먹고 살고 있다.

난 해골바가지가 아니라 사람이 되고 싶다.

성과도 중요한데.. 이렇겐 살고 싶지 않다.

난 일이 아니다. 사람이다.

 

10월까진 열심히 달리고 중간고사를 마칠 계획이다.

그래도 내가 제일 자부심을 갖고 있는 게 '책임감' 인데, 그것마저 없으면 난 아무것도 아니니까..

하기로 한 일을 다 끝마치고 11월이 되면 난 좀 쉴 생각이다.

1월에서 6월까지 인턴하면서 쉬었다고 생각했는데 나에게 충전이 더 필요한 듯하다.

다시 단단해지고 싶다.

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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