22학점 중에 살아남은 건 16학점. 나머지 6학점은 갖다 버렸다.
물론 db랑 알고리즘은 다 아는 내용이라 귀찮은 과제 할 바엔 안 듣는 게 낫겠다 싶어서 한 결정이였다.
이미 100학점 이상 채웠고, 굳이 더 듣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서
누군가는 결정하기 너무 수월한 선택이었겠지만 나는 이 결정을 하기까지 고민을 2주는 한 것 같다.
이 과목이 나에게 정말 필요가 없을까
이 과목을 듣지 않음으로써 나에게 손해가 생기진 않을까
내가 22학점을 못 듣는 게 내가 게을러서는 아닐까
과목을 안 듣는다고 과연 내가 다른 공부를 할까
결론적으론 잘 한 선택이었다.
release 날짜가 얼마 안 남아서 개발하기도 바빠 죽겠는데 과제가 22학점 어치였다면 나는 이미 gg 치고 달아나지 않았을까
아니면 밤 새 공부하다가 우울증에 빠져버렸을 지도 모른다.
실은 지금도 너무 힘들다.
개발자라는 직업이 너무 하고 싶고 너무 재밌지만, 한 문제로 인해 스케줄이 밀리고 진행이 안 될 때가 제일 힘들다.
금방 될 줄 알았던 작업이 일주일이 넘어가고 밀린 강의와 과제가 같이 덮쳐오면서 멘탈이 흔들린다.
올 해 초에도 든 생각이였지만, 지금도 드는 생각은 "내가 일을 하는 건가, 일이 나를 하는 건가" 다.
성취에 대한 욕심과 과도한 불안, 버릴 수 없는 책임감.
이 세 개는 내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해주는 원동력이자 나를 갉아먹는 괴물들이다.
지금까진 그래도 갉아 먹을 살들이 있어서 어찌저찌 버텼는데 이젠 진짜 한계가 온 것 같다.
이젠 괴물들이 살이 아니라 뼈를 파먹고 살고 있다.
난 해골바가지가 아니라 사람이 되고 싶다.
성과도 중요한데.. 이렇겐 살고 싶지 않다.
난 일이 아니다. 사람이다.
10월까진 열심히 달리고 중간고사를 마칠 계획이다.
그래도 내가 제일 자부심을 갖고 있는 게 '책임감' 인데, 그것마저 없으면 난 아무것도 아니니까..
하기로 한 일을 다 끝마치고 11월이 되면 난 좀 쉴 생각이다.
1월에서 6월까지 인턴하면서 쉬었다고 생각했는데 나에게 충전이 더 필요한 듯하다.
다시 단단해지고 싶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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